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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7.

[유럽연합 경쟁법 동향 시리즈20]
집행위원회,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과 새로운 경쟁법규(New Competition Tool) 도입 추진

* 단축 URL: https://bit.ly/2OsW91Q


이 상 윤
고려대학교 ICR센터 연구원



1. 개요



2020년 6월 2일, 유럽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 “DSA”)’ 패키지와 ‘새로운 경쟁법 툴(New Competition Tool, “NCT”)’의 도입을 목표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담은 규제개시영향평가서(Inception Impact Assessment, “IIA”)와 공개 의견 수렴 절차(public consultation) 개시를 발표하였다. 현재 집행위원회는 지난 6월 30일까지 경쟁 당국, 학계, 실무계 등으로부터 각각의 평가서(IIA)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결과를 공개(DSA, NCT)해 놓은 상황이며 앞으로 9월 8일까지 이번 이니셔티브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DSA, NCT).


디지털 플랫폼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규제의 도입과 디지털 시대 경쟁법 집행의 강화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위원장의 주요 공약 사항 가운데 하나로서 이미 여러 차례 공식 입장으로 도입 예고가 되어 왔고(이상윤, 2020: 202-204) 이러한 움직임은 의회(European Parliament) 등 유럽에서 폭넓은 공감대와 지지를 받아 왔다는 점에서 현실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현재 집행위원회에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제안들은 모두 기존의 규제 수단들보다 광범위하면서도 빠르고 강력한 개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민관합동 TF가 출범하였으며 이에 더해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이 추진되기 시작한 상황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주로 참고하게 될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의 관련 정책 방향과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서 이 글은 디지털 서비스법(DSA)과 새로운 경쟁법 툴(NCT)의 도입 추진 배경과 규제개시영향평가서(IIA)의 주요 내용 및 이에 대한 각계의 반응들을 살펴보고 있으며, 이를 통하여 우리의 플랫폼 규제 마련을 위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참고로 현재 도입 검토 중인 두 법안은 그 규율 범위와 목적이 반드시 플랫폼 시장 규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지만, 이 글은 분석의 편의를 위하여 두 제안들의 ‘플랫폼’에 대한 ‘시장 규제’로서의 성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밝혀둔다.



2. 배경



2.1. 플랫폼 규칙의 도입과 경쟁법 상의 논의들(2014. 11. - 2019. 11.)



유럽연합 차원에서 플랫폼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5월 장클로드 융커(Jean-Claude Juncker) 집행위원회(2014-2019)가 디지털 단일시장 전략(Digital Single Market Strategy)을 발표하고 플랫폼 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작한 때로 볼 수 있다(이상윤·이황, 2019: 281-282).


당시 집행위원회는 2016년 공개 의견 수렴 절차를 통하여 플랫폼들과 이용자들 간에 거래조건(terms and conditions)의 불투명성, 플랫폼 입점 업체들의 평판 메커니즘에 대한 신뢰 부족, 고객 데이터의 부당한 수집과 이용, 플랫폼과 이용 사업자들의 협상력 간 불균형, 플랫폼 간 데이터 이동의 제한과 데이터 접근권에 대한 제약 등 여러 갈등들이 있음을 확인하였다(Commission, 2016: 1, 6-14). 이후 2017년 5월 발표한 중간검토에서는 플랫폼들이 “정보, 컨텐츠, 온라인 거래 등에 대한 접근을 중개하면서 인터넷의 핵심 문지기들(key gatekeepers)이 되어 가고 있다”고 설명하는 한편(Commission, 2017: 7) 이러한 플랫폼들 중 일부가 이용업체들과의 관계에서 불공정한 거래행위들(unfair trading practices, “UTPs”)에 가담하고 있음을 확인한 뒤(Commission, 2017: 8) 이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하여 경쟁법 집행 강화와 그밖에 필요한 입법적 조치들을 취하겠다고 밝혔다(Commission, 2017: 9). 이러한 집행위원회의 움직임은 유럽 의회의 지지를 받았으며(Parliament, 2017: 68-71), 이러한 지지를 바탕으로 집행위원회는 2018년 온라인 중개 플랫폼과 검색엔진 사업자를 대상으로 투명성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플랫폼 규칙 입법 제안(legislative proposal)을 발표하였다. 이후 동 제안은 의회와 이사회(the Council of the EU)의 수정을 거친 뒤 2019년 최종 승인되어(Reg. 2019/1150) 지난 2020년 7월 12일부터 시행되기에 이르렀다(Art. 19(2)).


플랫폼 규칙은 플랫폼 사업자들과 플랫폼 이용 사업자들 간의 관계에서 문제 되는 행위들(차별적 취급, 정렬순서 결정, 거래 데이터 활용 등)을 사전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다만 대상 행위를 직접 금지하는 방식이 아니라(예외적으로 제8조 (a)호), 주로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거래 상대방에 대한 투명하고 구체적인 설명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계약법적인 틀 내에서 정보 불균형을 해소시키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이 규칙은 “투명성 규칙”으로 불리기도 한다. 투명성 의무는 역내에 위치하거나 역내에서 활동하는 중개/검색 서비스 플랫폼들을 대상으로 적용되는데(제2조 (2), (3), (5), (6)호 참고), 그 범위가 상당히 넓어서 검색 엔진, 전자상거래 사이트, 애플리케이션 스토어, 소셜 미디어, 가격비교 도구, 호텔 예약 등 거의 모든 형태의 온라인 플랫폼들이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직접적인 거래를 연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고 소비자와 직접적인 계약 관계가 없는 온라인 결제 서비스, 온라인 광고 툴, 온라인 광고 교환 플랫폼 등이 규정의 적용 범위에서 제외되고 있을 뿐이다(제1조 제3항, Recital 11)(이상윤·이황, 2019: 283).


플랫폼 규칙이 사업자 간 거래 관계를 규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지배력과 같은 기준을 두지 않게 되었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집행위원회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입장, 즉, ‘플랫폼 사업자는 이용 사업자와의 관계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으며, 플랫폼은 이러한 지위가 시장지배적 지위에 이르지 않더라도 이를 이용하여 시장에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반영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플랫폼 규칙의 제정 과정에서 집행위원회는 사업자들의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 증가와 불균형한 협상력에서 초래되는 불공정한 거래행위(UTPs) 우려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다. 먼저 2015년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에서 플랫폼들이 주로 중소업체들과의 관계에서 강력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거래조건을 부과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Commission, 2015: 11). 2016년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에서는 ‘중소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소수 플랫폼들에 대한 접근에 의존하고 있거나 플랫폼들이 전례 없는 규모의 데이터셋에 대한 접근권을 보유하는 경우 새로운 불균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서, 이러한 경우에는 ‘플랫폼에게 시장지배적 지위가 없어도 플랫폼 이용 사업자들은 불공정한 거래행위들(UTPs)에 노출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경쟁 정책 외에 플랫폼-사업자 거래에서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유럽연합 차원의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Commission, 2016: 13. See also Laitenberger, 2018). 그리고 2018년 규칙 제안 당시 작성된 보고서(staff working document)에서 집행위원회는 (i) 플랫폼 거래의 비중 확대, (ii) 전례 없이 막대한 네트워크 효과, (iii) 데이터 보유량과 품질에서부터 비롯되는 강화 메커니즘, (iv) 플랫폼 이용 업체들의 개별화·파편화 된 지위로 인한 협상력 불균형 상태의 심화 및 경쟁 병목 현상(competitive bottlenecks)으로 인한 플랫폼 의존도 증가, (v) 플랫폼의 부당 조치에 대한 불만 제기시 보복 두려움 등을 근거로,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지 않은 상대적으로 작은 플랫폼들도 (단독으로) 불공정한 거래행위(UTPs)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분석하였다(Commission, 2018: 3, 11, 21-26). 즉, 위 요인들이 결합하여 플랫폼들이 점차 ‘문지기(gatekeeper)’가 되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문지기로서의 지위로 인해 시장에서 부정적 효과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효과들이 기존 법 체계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으므로 새로운 규제 수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위와 같이 플랫폼 산업 관련 경쟁법 등 기존 규제 체계의 한계에 대한 인식은 사전 규제로서 플랫폼 규칙의 도입에만 영향을 주었던 것은 아니고, 당연히 사후 규제로서 경쟁 정책의 변화 논의로도 이어지게 되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 당시 경쟁 담당 위원(2014-2019) 하의 경쟁총국(DG Competition)은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등 수직적으로 통합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자사 제품·서비스 편애 행위(self-preferencing)를 새로운 남용(abuse) 유형으로 포착하고 이들에 대한 과감한 법 집행을 시도하였으며(e.g. Google Shopping, Google Android, Google AdSence, Amazon), 이러한 정책적 움직임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2019년 초 관련 세미나개최하고 특별 자문단을 위촉하여 디지털 시대 경쟁 정책에 관한 연구 보고서(Special Advisers’ Report)를 발간하기도 하였다. 이 보고서는 “특별히 높은 진입 장벽이 있는 디지털 시장의 플랫폼 사업자가 수직적으로 통합되어 있고 그 플랫폼이 특히 중개 설비(intermediation infrastructure)로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 플랫폼이 시장 경쟁의 규칙을 정하는 역할(regulatory function)을 하고 있다면, 플랫폼 사업자는 자신의 자기편애 행위가 장기적으로 배제적 효과를 갖지 않는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보여야 한다”고 하면서(pp.66-67) 집행위원회의 입장을 정당화해주었다. 아울러 기술 산업의 빠른 변화와 플랫폼 사업자들의 비즈니스 모델들이 시장에 미치는 막강한 파급 효과에 대응하기 위하여 가처분 조치(interim measure)의 활용 등 기존 수단들의 적극적인 활용 방안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들은 독일과 영국 등 주요 회원국들의 경쟁 정책 동향에 발맞춘 것으로 회원국 차원에서의 논의는 집행위원회의 정책 추진에도 큰 동력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집행위원회 특별 자문단 보고서와 유사하게, 독일에서는 연방경제에너지부(Bundesministerium für Wirtschaft und Energie, “BMWi”)의 의뢰로 하이케 슈바이쳐(Heike Schweitzer) 교수 등이 작성한 마켓파워 남용행위 금지의 현대화에 관한 보고서(Modernisierung der Missbrauchsaufsicht für marktmächtige Unternehmen)가 발간되었으며, 영국에서는 영국 정부의 의뢰를 받아 제이슨 퍼만(Jason Furman) 교수 주도로 작성된 디지털 경쟁 촉진을 위한 보고서(Unlocking digital competition, “Fruman Report)가 발간되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디지털 시장에서 나타나는 막대한 네트워크 효과, 급격한 쏠림 현상(tipping), 플랫폼의 중개력(intermediation power), 문지기(gatekeeper)로서의 지위, 불균형한 협상력, 결정적인 경쟁 요소로서 데이터의 역할과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 문제 등에 주목하면서 일부 플랫폼들의 지위는 더이상 시장의 경쟁 메커니즘에 의해 도전받을 수 없는(incontestable) 지위에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이들의 남용 행위에 대한 대응과 경쟁 회복을 위한 더 빠르고 강력한 대응을 위하여 경쟁법제를 수정할 것을 촉구하였다(Kerber, 2019: 21 et seq). 이러한 보고서의 주장들은 실제 각 회원국의 경쟁법제 개편 논리를 뒷받침해왔음은 물론이고, 지금도 집행위원회가 추진하는 새로운 경쟁법 툴(NCT)의 도입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에 크게 활용되고 있다.



2.2. 디지털 서비스 법(DSA)과 새로운 경쟁법 툴(NCT)의 도입 배경(2019. 12. – 현재)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유럽연합의 입장은 2019년 12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의 집행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한층 더 강경해진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2019년 7월 후보 당시 그의 정책 가이드라인을 통하여 임기 내 6대 정책 목표 중 하나로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유럽(A Europe fit for the digital age)’을 제시하였고, 그 일환 중 하나로 디지털 플랫폼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규제, 이른바 ‘디지털 서비스법(DSA)’의 도입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2020년 2월 19일 ‘유럽의 디지털 미래(Shaping Europe’s Digital Future)’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서비스법(DSA)과 관련 경쟁법제의 개편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한편 경쟁 담당 집행 위원이었던 베스타게르가 이번 위원회에서는 경쟁과 디지털 정책 모두를 총괄하는 부위원장에 오르게 되었는데, 유럽 내외에서 이러한 인사는 플랫폼 산업에 대한 유럽연합의 강경한 정책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이상윤, 2020: 193-199). 이는 앞서 언급했듯 베스타게르 위원이 지난 집행위원회에서 경쟁총국을 이끌며 과감한 경쟁법 집행을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에 조응하듯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2020년 4월 24일 한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서비스법(DSA)에 더하여) 영국의 시장 조사 권한(market investigation power)과 같은 새로운 경쟁법 툴(NCT)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그는 ‘급격한 쏠림 경향(tipping)이 있는 시장들에서 아직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지는 않지만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반경쟁적 행위에 개입하고 이로써 이들이 문지기(gatekeeper)로서의 지위를 형성하는 것을 막는 것을 목표로’ 새로운 규제 수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또 경쟁총국 인터넷 소비재 담당 부서(Unit C3)의 부서장인 니콜라스 바나셰비치(Nicholas Banasevic)는 같은 컨퍼런스에서 ‘위와 같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좀 더 빠르고 효과적인 경쟁법 수단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기존의 행위 중지 명령(cease and desist) 외에 회복적(restorative)·예방적(prescriptive) 조치들을 부과하는 방법을 도입 검토 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당시 이러한 발표는 시의적절하다는 긍정적 반응과 동시에 규제 당국이 플랫폼 산업에 대해 강력한 편향을 갖고 접근하고 있다는 상반된 반응도 함께 불러일으켰다.


물론 앞서도 언급했듯 연합 차원의 정책 추진은 회원국들 차원에서의 움직임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회원국들 역시 기존의 규제 체계를 통한 플랫폼 규율의 한계를 인식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회원국) 경쟁법의 개편 움직임을 꾸준히 보여 왔고, 이러한 움직임은 연합 차원의 경쟁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제10차 경쟁법 개정안에 플랫폼에 대한 단독행위 규정을 강화하기 위한 내용들(개정안 제18조 제3항 제2호, 동조 제3b항, 제20조 제1항과 제3a항 등)을 담는 한편,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유력한 지위의 (플랫폼) 사업자들(이른바 undertakings of paramount cross-market significance)을 별도로 지정해서 이들에 대해서는 남용 행위에 관한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내용(개정안 제19a조) 등을 포함하여 입법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도 이와 유사하게 특정 플랫폼들을 ‘시스템적 플랫폼(systemic platform)’으로 지정하면서 이들에 대해서는 입증 책임을 전환하는 내용의 경쟁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프랑스 경쟁 당국은 위와 같은 접근을 유럽연합의 경쟁법제에도 도입할 것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즉, 특정한 유력 플랫폼들을 ‘구조적 사업자들(structural operators)’로 지정하여서 일부 행위들(예컨대 경쟁 사업자 차별, 인접 시장에 대한 경쟁 사업자의 접근 방해, 데이터 접근권의 제약, 멀티호밍 방해 등)에 대해서는 입증책임 전환 등 더 엄격한 규제를 부과하는 방식을 유럽연합의 경쟁법제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비록 입증 책임 전환과 같은 내용은 조약(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 TFEU)의 개정 문제와 결부될 수 있으므로 당장 현실화되는 데에는 한계는 있겠지만, 이러한 과감한 주장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플랫폼 규제 강화에 대한 유럽의 입장이 그만큼 확고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참고로 비슷한 시기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폴란드는 경제부 장관 서명으로 “경쟁에 있어서 압도적인 중요성을 지닌 디지털 플랫폼(digital paltform with paramount importance for competition)”에 대한 유럽연합 차원의 규제 도입을 촉구하는 서한을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에게 보내기도 하였는데,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이 역시 집행위원회의 움직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배경에서 집행위원회는 2020년 6월 2일, 디지털 서비스법(DSA)새로운 경쟁법 툴(NCT)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담은 규제개시영향평가서(IIA)를 발표하고 공개 의견 수렴 절차(public consultation)를 개시하게 되었다. 현재 공개된 두 평가서(IIA)에는 과거 플랫폼 규칙 제정과 경쟁법 집행 과정에서 논의되었던 내용들이 배경으로 제시되면서, 플랫폼 산업에 대한 기존의 문제 의식과 대응들의 연장 선상에서 이번 이니셔티브가 이뤄지고 있음이 잘 드러고 있다. 다시 말하면, 디지털 서비스법(DSA)과 새로운 경쟁법 툴(NCT)의 목표는 기존의 플랫폼 규칙(Reg. 2019/1150)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조치를 통하여 ‘상당한 네트워크 효과(significant network effects)’를 누리며 ‘문지기(gatekeeper)’로서 활동하는 대규모 플랫폼들을 규제하는 데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아직 새로운 규제의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플랫폼 규제 강화 대한 유럽의 광범위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이전보다 큰 영향력을 지닌 새로운 법제가 1-2년 내에 도입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번 이니셔티브가 담고 있는 내용은 기존의 규제, 경쟁법이나 플랫폼 규칙 등과 어떤 면에서 다른가? 아래에서는 집행위원회가 각 평가서(IIA)를 통해 제시하고 있는 제안들(policy options)의 내용을 중심으로 현재의 정책 방향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3. 주요 내용



3.1. 디지털 서비스법(DSA)



디지털 서비스법이 상정하고 있는 문제 상황은 기존의 플랫폼 규칙 제정 과정에서 논의되었던 내용들과 상당 부분 유사하다. 디지털 서비스법 역시 ‘소수의 대형 플랫폼들이 플랫폼 경제에서 발생하는 가치에서 가장 큰 몫을 가져가고 있으며, 이들이 상당한 네트워크 효과(significant network effects)를 누리면서 플랫폼 이용 사업자들(대부분 중소업체들)과 시민들 사이에서 문지기(gatekeeper)로서 역할을 하고 있고, 나아가 이들이 플랫폼 생태계 전반을 통제(control)하고 있으면서도 현재 또는 미래의 시장 참가자들로부터 (그들이 얼마나 혁신적이고, 효율적인지 상관 없이) 도전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집행위원회는 위와 같은 상황 속에서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이 대량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 등 자신들이 이미 갖고 있던 경쟁 우위를 이용하여(leverage) 인접 시장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개선할 수 있게 되고, 또 여러 광범위한 디지털 서비스들을 데이터에 의해 개선된 더욱 직관적이고 매끄러운, 심리스(seamless)한 형태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한다. 그뿐만 아니라 (i) 대량의 데이터 집적 능력, (ii) 여러 다른 기기들에 대한 용이한 접근성, (iii) 새로운 시장으로 쉽게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자신들의 기존 서비스로부터 나오는 이점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 (iv) 경쟁 사업자를 인수할 수 있는 능력 또는 (v) 자금 조달 능력 등을 이용하여,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은 (다른 시장 참가자들로부터 도전받기 어려운) 경제적 힘(economic power)을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집행위원회는 만약 이들의 힘이 제한 없이 행사되면 디지털 단일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는데, 평가서(IIA)에서 제시되고 있는 위협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전통 사업자들의 소수 플랫폼 의존도 증대해가고 이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와 이용 사업자 및 경쟁자들 간 협상력 불균형이 증가되어 가고 있다는 점, 둘째는,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이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ecosystem)를 구축해가면서 다른 혁신적 사업자들이 혁신적 대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렵게 되어 가고 있고, 이에 따라 경쟁과 동태성,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소비자와 이용 사업자들의 선택지 감소 리스크가 증대해가고 있다는 점, 셋째는, 소수의 대형 플랫폼들의 경우 기존 사업활동으로 얻은 데이터를 활용하여 새로운 서비스들을 개발·개선하고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쉽게 인접 시장들에 진출한 뒤 이러한 인접 시장들에서도 급격한 쏠림(tipping) 현상을 만들어내면서 혁신과 소비자 선택 저해의 리스크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소수 대형 플랫폼들의 위협받지 않는(incontestable) 지위로 인하여 유럽의 많은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이 사업 확장과 이를 통해 유럽연합의 기술 주권(technological sovereignty)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방해받고 있음을 강조한다.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이러한 일련의 전개들은 결국 광범위한 불공정한 거래행위(UTPs)와 혁신으로부터 오는 사회적 후생(social gains)의 감소로 귀결될 수 있으며, 이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들의 불투명성, 복잡성, 그리고 규제 당국들에 대한 상당한 정보 우위 등으로 인해 심화 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COVID-19) 사태와 기존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들에 대한 의존도 증가로 인해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져 가고 있다고 한다.


위와 같은 배경에서 집행위원회는 공정하고(fair) 경쟁적인(contestable) 디지털 환경으로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적 의무와 금지 행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사전 규제 프레임워크 도입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현 단계에서 집행위원회가 제시하고 있는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기존의 플랫폼 투명성 규칙(Reg. 2019/1150)의 규율 범위를 확장하는 방안, 둘째는 ‘문지기’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규제 당국들에 부여하는 방안, 셋째는 문지기 플랫폼들을 대상으로 한 새롭고 유연한 사전 규제 프레임워크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물론 이러한 방안들은 상호 배타적인 선택지가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 복수의 방안들이 보완적 도구들로서 함께 고려될 수 있다고 집행위원회는 밝히고 있다.


먼저 첫 번째 방안은, 기존의 플랫폼 투명성 규칙을 개정하여 특정 이슈들에 관한 추가적인 규율을 도입하는 방안이다(Option 1). 현 규칙 제18조 제2항에 따르면 집행위원회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한 행위 규범들의 영향과 효과성 평가’ 등을 포함하여 현 규칙의 운영 효과를 3년 주기로 평가하고 이를 의회와 이사회 등에 보고할 의무를 지니는데, 이 규정에 근거하여 플랫폼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새롭게 문제 되고 있는 행위들(예컨대 특정 형식의 자기편애 행위, 데이터 접근 정책, 불공정한 계약 조항들)에 대한 예방적 규범들(prescriptive rules)을 규칙에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감독, 집행, 그리고 투명성 의무들이 강화될 수도 있다고 집행위원회는 언급한다.


두 번째 방안은, 문지기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들로부터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권한을 규제 당국들에게 부여하는 방안이다(Option 2). 이 프레임워크에는 첫 번째 안처럼 투명성 의무를 강화하는 조치는 포함되지 않고 다만 연합 차원의 규제 기관에 목표한 정보 수집을 가능하게 만드는 조치를 포함한다. 정보 수집 권한에는 실체적인 행태적 그리고/또는 구조적 시정조치들을 부과할 수 있는 권한 부여는 포함되지 않는다(이러한 권한은 세 번째 방안에서 다뤄진다). 집행위원회는 다만 정보 수집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집행력을 부여하는 것은 고려될 수 있다고 부연한다.


마지막 세 번째 방안은, 현재의 플랫폼 규칙을 보충하는 규범으로서, 문지기 역할을 하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새롭고 유연한 사전 규제 프레임워크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대형 문지기 플랫폼들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상당한 네트워크 효과, 이용자 수에 기초한 규모, 서로 다른 시장에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 등이 고려될 수 있으며 기준은 앞으로 규제영향평가(impact assessment)를 진행하면서 더욱 정교화될 것으로 밝히고 있다. 그리고 유럽연합 차원에서 감독과 집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 중이라고 밝한다.


세 번째 방안에서 구체적인 행위를 규율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특정한 불공정  거래행위들(UTPs)에 관한 금지 목록(blacklist)을 만들어서 규율하는 방안(Option 3a)이고, 다른 하나는 사례별로 접근하여(case-by-case) 필요하고 적절한 경우에 한해 맞춤형 조치(tailor-made remedies)를 부과하는 방안이다(Option 3b). 집행위원회는 전자의 경우(Option 3a) 시장을 왜곡하거나(market-distorting)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경제력을 강화(entrenching economic power)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데 목표가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그 예로 ‘특정 유형의 자기편애 행위’와 ‘당해 계약 관계와 본질적으로 관련 없는 추가적인 상거래 조항들을 편입시키는 행위’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의 중개 분야를 따지지 않고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원칙 중심의 규제 방안(principles-based prohibitions)’과 ‘운영체제, 알고리듬 투명성, 온라인 광고 서비스 등 특정 분야, 이슈에 집중하는 실체적 규범으로 접근하는 방안(more issue-specific substantive rules)’ 모두를 검토하겠다고 밝힌다. 후자의 경우(Option 3b)는 일정한 평가를 거친 뒤 개별 플랫폼 사업자에게 문제된 이슈에 관한 맞춤형 조치를 부과하는 방안인데, 권한 있는 규제 당국(원칙적으로 유럽연합 차원에서 활동)이 ‘플랫폼에 한정한 데이터 접근 의무’를 부과하거나 ‘개인 데이터 이동권 관련 구체적인 의무’ 또는 ‘호환성(interoperability) 보장 의무’ 등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3.2. 새로운 경쟁법 툴(NCT)



새롭게 도입될 경쟁법 툴(NCT)은 디지털 서비스법(DSA)과 상호 보완적(complementary)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법제다. 평가서(IIA)는 ‘막대한 규모·범위의 경제,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 무료 서비스 제공, 데이터 의존성, 그리고 급격한 쏠림(tipping)과 승자독식(winner-takes-most)’ 등의 특징을 보이는 시장에서 ‘소수의 대형 플랫폼들이 문지기(gatekeepers)가 되어가는’ 상황을 배경으로 설명하면서, 새로운 경쟁법 툴(NCT)과 디지털 서비스법(DSA)이 같은 문제 의식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다만 접근 방식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점들을 보이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규제의 관심과 초점을 비디지털 시장(non-digital markets)에까지 확장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집행위원회는 ‘디지털화에 따라 위와 같은 특징들이 점점 더 많은 시장들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디지털과 비디지털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새로운 경쟁법 툴(NCT)의 규율 범위는 디지털 시장과 비디지털 시장 모두를 포함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둘째, “구조적 경쟁 문제들(structural competition problems)”이라는 용어가 반복된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의 급격한 쏠림(tipping)과 같은 문제들이 기존 경쟁법에서 다뤄지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이는데, 주의할 점은 ‘구조적 경쟁 문제’란 디지털 서비스법(DSA)처럼 반드시 플랫폼 사업자들이 불균형한 지위를 이용하여 불공정한 거래행위(UTPs)를 하는 상황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조적 경쟁 문제’는 불공정한 거래행위(UTPs)에 더하여, 집중된 시장에서의 공동행위가 용이해진 상황 또는 집중되지 않은 시장이라도 알고리듬 등 기술의 발전 등으로 사업자들이 직접적인 조정 행위 없이도 공동행위를 할 수 있게 된 상황까지 포함한다. 집행위원회는 후자의 부분에서도 추가적 규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차이점들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경쟁법 툴(NCT)의 규율 범위에서도 ‘문지기 역할을 하는 대형 플랫폼들’이 차지하는 중요성과 비중이 가장 크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집행위원회는 ‘구조적 경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번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게 되었다고 설명하는데, 평가서(IIA)에 따르면 예컨대 ‘마켓 파워를 지녔지만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지 않은 사업자들의 독점화 전략(monopolisation)’과 같이 기존의 경쟁법으로는 다루어지 못하거나,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이 기존 지위를 지렛대 삼아 여러 인접 시장들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취하는 전략들’ 처럼 현재 경쟁법으로는 효과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문제들이 구조적 경쟁 문제에 해당한다.


구조적 경쟁 문제들은 크게 두 가지의 경로로 발생한다. 첫째는 ‘경쟁에 대한 구조적 리스크(structural risks for competition)’다. 쉽게 말해 급격한 쏠림이 발생하는 또는 발생할 수 있는(tipping) 시장에서 사업자가 경쟁에 위협적인 행위를 하는 경우에 구조적 경쟁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집행위원회는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면 곧 강력한 시장 행위자들이 등장하게 되고 이들은 확고한 시장 지위(entrenched market position) 또는 문지기로서의 지위를 갖게 된다고 분석하면서 이러한 전개를 막기 위해 경쟁 당국의 신속한 시장 개입(early intervention)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어 ‘비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의 단독행위로서 반경쟁적 수단들을 통한 시장 독점화 행위’도 이러한 구조적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부연한다. 집행위원회 경쟁총국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쥬자 체르하미(Zsuzsa Cserhalmi)의 설명에 따르면 구조적 경쟁 리스크의 범위에 포섭될 수 있는 경우들은, 예컨대 소비자들을 고착화(lock-in)하기 위하여 멀티호밍을 방해하거나, 최근 아마존 사건처럼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의 이중적 역할 또는 수직 통합된 상황을 이용하여 상류 서비스 시장에서 얻은 이점들(예컨대 데이터)을 그가 경쟁하고 있는 다른 시장들에서 사용하는 경우, 모바일 생태계 안의 애프터 마켓(예컨대 컨텐츠나 결제 서비스 관련하여)에서 문지기 사업자들(not-necessarily dominant gatekeepers)이 경쟁을 약화시키거나 착취로 이어지게 만드는 의 단독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구글 사건에서처럼 사업자가 한 핵심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급격한 쏠림 현상이 발생하기 쉬운 인접 시장들에서 반복적으로 이용(leveraging)하는 경우 등이다.


둘째는 ‘구조적인 경쟁 부재(structural lack of competition)’다. 급격한 쏠림이 이미 발생해버린(tipped) 시장 등 구조적 문제가 리스크 수준을 넘어서 경쟁 부재로 이어지게 된 시장을 의미하는데 집행위원회는 이를 ‘구조적 시장 실패’로 언급하면서 크게 두 종류의 모습으로 설명한다. 첫째는 ‘마켓 파워를 지닌 특정 사업자의 행위가 문제 되는 수준을 넘어서서 고도의 집중과 진입 장벽, 소비자 고착 현상(lock-in),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이나 집적에 대한 제약 등 구조적 요인들로 인하여 ‘시스템적인 실패들(systemic failures)’이 나타나는 시장’이고, 둘째는 ‘산업 전반에서 점점 더 확장 이용되고 있는 알고리듬 기반의 기술적 수단들로 인하여 높은 투명성과 함께 묵시적 담합(tacit collusion) 리스크가 높게 나타나는 과점적 구조의 시장(oligopolistic market structures)’이다. 쥬자 체르하미(Zsuzsa Cserhalmi)의 설명에 따르면 ‘구조적 경쟁 부재’ 상황에는 예컨대 과점적 시장 구조 또는 알고리듬 기반 기술 등으로 사업자들 간에 (직접적인 담합이 없어도) 경쟁 유인이 감소하게 되는 경우, 집중되어 있는 시장(예컨대 제약 시장이나 금융 시장, 결제 시장 등)이지만 비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취하는 사업 전략으로 인하여 직접적인 공동행위 없이도 시장 진입을 막거나 혁신적 대안의 출현이 방해를 받는 경우, 온라인 광고 시장처럼 시장의 일정한 특징들로 인하여 급격한 쏠림이 이미 발생해버리고 경쟁이 부재하게 되어버린 경우, 또는 사업자들이 기관 투자자들을 이용하여 서로의 주식을 상당 지분 보유(common shareholding)하게 됨으로써 경쟁 유인이 감소하고 공동행위나 반경쟁적 단독행위 위험이 증가하게 된 경우 등이 포함된다.


위와 같은 배경에서 평가서(IIA)는 ‘소수의 시장 참여자들에게만 유리한 구조적 경쟁 문제들에 대응하면서 유럽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과 혁신을 돌리고 기존의 유력 사업자들에 대항한 중소 사업자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표’를 갖고 이번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현재의 경쟁법제, 즉, 기능조약(TFEU) 제101조와 제102조, 그리고 시장 조사(sector inquiries)와 같은 수단들은 단지 정보를 요청할 권한에 불과하거나 개개의 법 위반 절차에서만 시정조치를 부과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으므로 효과적 대응을 위해서는 새로운 수단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면서 집행위원회는 새로운 수단으로 아래와 같이 네 종류의 방안들을 제시한다.


첫 번째 방안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지닌 사업자를 대상으로 전 산업 분야에 적용되는 규제 수단을 도입하는 방안이다(Option 1). 집행위원회가 회원국 경쟁 당국들과 협력하여 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의 단독 행위로부터 발생하는 경쟁 상의 문제들을 확인하고(identify), 사업들이 성공적으로 경쟁자를 배제하거나 비용을 올리기 전에 기능조약(TFEU) 제102에 따른 법 위반 사실의 확인 없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필요한 경우 집행위원회에게 행태적 또는 구조적 조치를 부과할 수 있으나, 경쟁법 위반을 확정하지 않고, 과징금도 부과하지 않으며, 따라서 손해 배상 소송도 허용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지닌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위 배경에서 설명된 특징들이 나타나는) 디지털화 되었거나 될 수 있는 분야에만 한정하여 적용하는 방안이다(Option 2). 내용은 같지만 적용 범위가 디지털 분야로 한정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방안은 유럽 경쟁법 상 특별 책임(special responsibility)을 부담하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단독 행위 문제만 다룬다는 점에서 기존 법제와 이질성이 적어 비교적 안전한 대안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집행위원회는 ‘여전히 시장지배력(dominance) 판단을 해야 하고 이는 조사와 집행의 신속성 측면에서 한계로 작용’한다고 보면서 이들을 충분히 만족스러운 대안으로는 여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 번째 방안은, 시장지배적 지위 여부에 제한을 두지 않고 시장 구조 중심적인 접근을 하되 전 산업 분야에 적용되는 수단을 도입하는 방안이다(Option 3). 위에서 배경으로 설명한 내용들에 가장 어울리는 방안으로 집행위원회가 일정한 기준으로 ‘경쟁에 대한 구조적 리스크’ 또는 ‘구조적인 경쟁 부재’가 있는 경우를 평가하여 행태적 또는 구조적 조치들(remedies)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대안에 따르면 집행위원회는 문제 된 시장의 메커니즘을 개선할 수 있는 입법적 조치들을 권고할 수도 있다. 앞선 경우들과 마찬가지로 법 위반을 확인하지 않고, 과징금도 부과하지 않는다. 따라서 손해 배상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네 번째는 시장 구조 중심적인 접근을 하되 두 번째 대안처럼 디지털화 된, 될 수 있는 분야로 한정하여 적용하는 방안이다(Option 4). 이 두 선택지들(Options 3, 4)은 시장지배적 지위(dominance)를 판단하지 않고도 급격한 쏠림 시장(tipping markets)이나 독과점적 시장 구조 등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경쟁 문제들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네 가지 방안들은 모두 ‘법 위반 사실 확인 없이 부과 가능한 조치들(remedies)’을 포함하고 있는데 아직 그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에 대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다. 다만 평가서(IIA)는 ‘모든 선택지들은 집행위원회에게 사업자들에 대하여 특정한 준수 의무들을 부과할 권한을 부여할 것’이며 이러한 의무 부과는 ‘대상 사업자들의 비용을 높일 수 있’고 따라서 새로운 규제를 통한 의무 부담은 ‘문제 된 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보장하기 위한 한도 내에서 비례 원칙에 따라 제한되어야만 한다’고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비례성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조치로 인한) 소비자 편익이 사업자가 부담하게 되는 비용보다 커야 할 것이다. 한편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최근 연설에서 위 조치들의 내용으로 데이터 공유 의무를 포함하여 최후 수단으로서 기업 분할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밝힌 적이 있다.


마지막으로 특기할 만한 부분은 세 번째 방안(Option 3)에 대한 집행위원회의 선호다. 집행위원회는 유독 세 번째 방안(Option 3)에 대해서만 ‘구조적 경쟁 상황을 해소함으로써 장기적인 소비자 이익과 후생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긍정적인 예상을 내놓고 있는데, 이러한 서술은 다른 선택지들의 경우 ‘비록 같은 목표를 갖고 있지만 제한된 범위와 시장지배력 기준의 한계 때문에 그 영향력 정도는 작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한 것과 매우 대비된다. 네 가지 방안 중 구체적으로 어떠한 대안이 선택될지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바는 아직 없지만, 위와 같은 서술에 비추어 보면 특히 세 번째 방안과 관련한 논의의 귀추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4. 두 규제개시영향평가서(IIA)에 대한 피드백과 앞으로의 입법 절차



지난 6월 30일까지 두 평가서(IIA)에 대한 각계의 다양한 피드백이 제출되었다. 디지털 서비스법(DSA)의 경우 총 85건의 피드백이 제출되었으며, 대부분 응답자들(사업자들, 무역 협회들, 소비자 단체들, 관련 부처들 등)은 모든 플랫폼이 아닌(Option 1) 대형 온라인 플랫폼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방안(Options 2-3)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구체적인 규율 방식에 있어서 블랙리스트 방식(Option 3a)과 사례별 접근 방식(Option 3b)에 대한 선호는 입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는데, 구글(Google),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과 같은 사업자들은 사례별 접근을 선호한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옐프(Yelp) 같은 사업자들은 자기편애(self-preferencing)와 같은 특정 행위를 금지하는 블랙리스트 접근을 지지하였다. 물론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 직접적 타깃이 된 사업자들은 ‘문지기’라는 프레임 자체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을 보였으며 플랫폼 규칙이나 새롭게 도입될 경쟁법 툴(NCT) 등과 같이 기존 규제와 중복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였다. 흥미롭게도 개발자 협회(Developers Alliance) 역시 집행위원회가 “매우 편향된(very biased)” 시각을 갖고 있으며 온라인 플랫폼 산업이 주는 이점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한편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부킹닷컴(Booking.com)이나 딜리버루(Deliveroo) 같은 사업자들은 대형 플랫폼들을 타깃으로 한 규제 방식을 지지하면서도 예컨대 음식 배달 분야와 같이 “초경쟁적”인 시장에서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대상 범위를 꼭 필요한 경우로 좁힐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핀란드 기업 연합(Federation of Finnish Enterprises)은 미국이나 중국과의 무역 마찰 우려를 언급하고 나아가 지금과 같은 입법이 의도와 다르게 유럽에 기반을 둔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과중한 규제 부담을 주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하였다.


새로운 경쟁법 툴(NCT)에 대해서는73건의 피드백이 제출되었는데, 페이스북과 무역협회, 소매업 협회 측에서는 새로운 경쟁법 툴(NCT)을 불필요하다고 본 반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을 포함한 다수는 이번 제안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면서 다만 현재의 계획으로는 법적 확실성이 부족함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피드백에서 사전 규제로서 디지털 서비스법(DSA)과 규제 범위가 중복된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번 이니셔티브에 전반적으로 가장 강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페이스북은, 집행위원회가 말하는 집행 공백(enforcement gap)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문제시 되는 대부분의 행위들은 이미 유럽연합의 경쟁법 집행으로 충분히 다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페이스북은 ‘급격한 쏠림(tipping)’이 나타나는 시장은 현실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사업자의 단독행위 규제는 그가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을 때만 이뤄져야 함을 밝히는 수많은 문헌들이 있다고 지적하였고, 또 플랫폼 사업자들의 다양하고도 상호 이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할 때 ‘문지기(gatekeeper)’라는 개념도 일률적으로 정의될 수 없으며 단순히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이용자들에게 무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이용자들의 서비스 전환이 어렵다는 점만을 이유로 특정 사업자를 ‘문지기’로 특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하였다. 복수의 디지털 경제 관련 사업자 단체들은 페이스북과 입장을 같이 하면서 집행위원회가 디지털 시장에 대한 잘못된 추정을 갖고 있고, 경쟁법 위반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조치들을 부과하는 현재 방안들은 모두 적절치 않다고 비판하였다.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구조적 조치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방안도 선택지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물론 집행위원회의 접근을 지지하는 사업자 단체도 있었다. 예컨대 영화 제작자 협회는 현재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미국 플랫폼들은 영화 공급망의 모든 단계에 개입해 수직적 생태계를 구축해가면서 프로젝트의 데이터, 저작권, 수익 모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은 현재 경쟁법에 의해 규율되지 않고 있다고 보았다. 플랫폼 사업자들 역시 페이스북을 제외하면 대체로 이번 이니셔티브에 대해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구글은 시장지배적 지위 여부에 제한을 두지 않고 전 산업 분야에 적용되는 세 번째 방안(Option 3)을 지지하면서 다만 집행위원회가 앞으로 개입을 위한 법적 기준, 필요한 증거 수준, 정보 수집 권한의 범위 등에 대하여 세심하게 정해주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세 번째 방안을 지지하면서 다만 구체적 가이드라인 마련과 엄격한 절차적 방어권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였고, 애플도 법적 확실성 보장과 임의적인 권한 행사의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전반적으로는 이번 이니셔티브에 반대하지 않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딜리버루와 부킹닷컴은 전반적으로는 집행위원회의 이니셔티브를 지지하면서도 특정한 문지기 플랫폼들에 집중된 규제를 더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고, 전기통신사업자인 오렌지(Orange)는 새로운 규제는 대형 디지털 플랫폼들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보면서 이들을 제외하고는 현재 경쟁법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 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정부에서도 집행위원회의 이번 이니셔티브를 대체로 지지하는 의견을 제출하였는데 다만 당국 개입을 촉발하는 시장 특징들과 행위들, 그리고 기존 규율 체계들과의 중복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분명한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처럼 각자의 입장에 따라 이번 이니셔티브에 대한 각계의 반응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대체로 법적 확실성 차원에서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고 또 규제 중복 우려와 관련하여 충분한 설명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일치하는 지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법안 마련 초기 단계로서 불확실하고 모호한 부분들은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서 자연스러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집행위원회는 입법안 마련을 위한 자료수집 절차(evidence gathering)의 일환으로 디지털 서비스법(DSA)과 새로운 경쟁법 툴(NCT) 각각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절차는 앞으로 9월 8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이후 규제개시영향평가서(IIA)에 대한 피드백과 자료수집 결과에 기초하여 올해 4/4분기까지 구체적인 입법 제안(legislative proposal)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밝히고 있다. 비록 우리나라의 사업자들이 이번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일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디지털 서비스법(DSA)의 경우 우리의 플랫폼 규제를 위한 제도 설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새로운 경쟁법 툴(NCT)의 경우에도 시장지배적 지위를 불문하고 전 산업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방안으로 정책 방향이 전개되어 간다면 궁극적으로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 사업자들에게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앞으로 유럽연합에서의 상황 전개와 구체적인 규제 개편 향방에 대해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이 글은 2020. 7. 30. ICR 센터 ‘EU 플랫폼 규제 동향과 전망: New Competition Tool과 Digital Services Act’ 세미나 관련 배경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2020. 7. 27.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추후 수정·보완을 거쳐 논문으로 발표될 예정입니다.


※ 이 글은 2020. 8. 30. 일부 내용상의 오류를 수정하고 최신 내용 보완을 거쳐 논문으로 발표되었습니다. 필요하신 경우 아래 링크의 논문을 참고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https://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3688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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