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9.
[유럽연합 경쟁법 동향 시리즈10]
ECJ, 가격남용행위(excessive pricing) 판단기준 관련 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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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 윤
고려대학교 ICR센터 연구원
☐ 개요
ㅇ2017. 9. 14. 유럽사법재판소(European Court of Justice, 이하 ‘ECJ’)는 라트비아 대법원(Latvia Supreme Court)이 예비적 판단(preliminary ruling)을 요청한 AKKA/LAA 사건(Case C-177/16)에서 가격남용(excessive pricing) 행위의 판단 기준을 제시
다른 회원국들과의 비교로 남용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GDP 대비 구매력 평가지수(purchasing power parity index. 이하 ‘PPP’)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고, 남용에 해당할만큼 높은 가격이란 “상당하고 지속적(significant and persistent)”인 차이를 보이는 가격을 의미한다고 판시
☐ 주요내용
* 사건의 배경에 대해서는 ‘AG Wahl, 가격 남용행위 적용기준 관련 의견서 발표/유럽의 착취남용행위 규제 동향’, 유럽연합 경쟁법 동향 시리즈7, 2017. 5. 8. 참고
ㅇECJ는 가격남용(TFEU 제102조 (a)항)의 적용방법에 대한 기존의 판례 입장*을 확인하면서, 이 사건 회원국에서의 가격수준과 다른 회원국들에서의 가격 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유효한 방법임을 확인하고, 비교 결과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부과한 서비스 요금이 다른 회원국들에서 부과된 요금보다 특별히 높고(appreciably high) 그것이 꾸준히 지속되었다면(on a consistent basis) 이는 가격남용의 표지가 될 수 있다고 판시(¶38)
* 기존 판례: 가격 남용은 실제 상품/서비스의 경제적 가치보다 과도한(excessive) 가격을 부과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이때 과도한지 여부는 실제 발생한 비용과 실제 부과된 가격의 차이가 과도한지 여부 및 부과된 가격이 그 자체로 부당하거나 다른 경쟁상품들의 가격과 비교했을 때 부당한지 여부로 판단. 물론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음(¶¶35-37)
ㅇ 이 사건에서 라트비아 경쟁당국은 인접국가인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에서의 요금 수준과 다른 회원국들의PPP를 반영한 요금 수준을 비교대상으로 삼았음. 이러한 비교대상 선정과 PPP 반영이 적절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ECJ는,
단순히 제한된 숫자의 회원국들만 선정했다는 이유만으로 비교대상이 불충분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40), 비교대상 국가들은 객관적이고(objective), 적절하고(appropriate), 증명할 수 있는(verifiable) 기준들에 따라 선정되어야 하며(¶41), 이러한 기준들에는 소비행태, 기타 경제 사회문화적 요소들 - 예컨대 1인당 국내총생산, 문화적·역사적 유산 등 -이 포함될 수 있고(¶42). 이러한 비교는 장기·지속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44)
또한 회원국간 비교시에는 반드시 PPP가 고려되어야 함을 명시(¶46)
ㅇ ECJ는, 남용에 해당할만큼 특별히 큰(appreciable) 가격 차이에 대하여
이번 사건에서의 가격 차이는 다른 회원국들의 평균보다 50~100%보다 높은 수준으로서(¶10) 다른 선례들과 비교할 때 큰 수준은 아니지만(¶54), 그것만으로 ‘특별한(appreciable)’ 수준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으며, ‘특별히 높은(appreciably higher)’ 수준에 이르기 위해 넘어야 하는 최소기준 같은 것은 없다고 지적(¶55)
ECJ는 비교대상과의 가격 차이가 상당해야하고(significant) 또 그 차이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속되어야만(persistent) 남용행위가 될 수 있다(appreciable)고 판시(¶¶55-56)
ㅇ 위와 같은 사정들은 단지 남용을 나타내는 하나의 표지에 불과하며 사업자가 회원국들 사이의 객관적인 차이점들을 보임으로써 정당화될 수 있음(¶57 이하)
☐ 의의
ㅇ 착취남용 규제(TFEU 102조 (a)항)의 적용 기준을 한층 더 구체화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으며, 전반적으로 지난 2017. 4. 6. 발표한 AG Wahl의 의견서 내용이 많이 반영되었음
기본적으로 ECJ는 착취남용규제는 EU차원보다는 회원국 차원의 규제가 더 적절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번에 제시한 기준들 역시 각 회원국들이 경쟁법을 집행하면서 사안에 따라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ㅇ 비록 ECJ 결정문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AG Wahl이 지적했던 것과 같이, 해당 사안은 규제 독점 시장(legal monopoly)에서 발생한 문제로서 저작권협회가 공연사용료를 징수에 대한 배타적 권한을 갖고 있었다는 특수성도 고려되어야 함
가격남용을 규제하기 위한 단일하고도 완벽한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려우며 사안에 따라 종합적인 사정을 고려하고 여러 기준을 활용하여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AG Wahl의 의견과 ECJ의 판단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임
ㅇ 최근 유럽에서는 해당 결정 및 Vestager 집행위원의 계속적인 공정성(fairness) 강조 경향 등으로 (특히 제약, 에너지, 첨단기술 시장을 대상으로) 관련 논의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측면이 있음
※ 참고자료
ECJ 결정 원문
AG Wahl, 가격 남용행위 적용기준 관련 의견서 발표/유럽의 착취남용행위 규제 동향
2017. 9. 21. 집행위원 Vestager의 연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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